"대학 구조조정 시급, 경쟁력 없으면 문 닫아야"

입력 2024-01-21 18:12   수정 2024-01-22 01:03


“구조조정은 뒤로 미룰수록 비용만 늘어납니다.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하루빨리 문을 닫아야 합니다.”

21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만난 최도성 총장은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총장은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 구조조정 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한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인 신속성, 책임 분담, 손실 분담의 원칙을 대학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지금 100억원이면 가능한 개혁이 1년, 2년 미루다 보면 1조원을 들여도 실패할 수 있다”며 “책임질 사람이 지고, 손실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손실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정원 감축이나 정부 지원은 구조조정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무분별한 지원은 문을 닫아야 할 대학까지 연명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최 총장은 “구조조정을 마친 뒤 확실한 성과가 날 수 있는 곳에만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좋은 혁신 모델이 나오려면 지금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대는 차별화를 통해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글로벌화다. 한국에서 기회가 없다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그는 “해외 인재들을 데려와 한동대 학생의 글로벌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며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해외 어디에서든 기회를 찾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인재를 뽑기 위한 캠퍼스도 조성한다. 미국(하와이), 인도네시아, 케냐 등 전 세계에 30개 캠퍼스를 세울 계획이다. 바로 한동대 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캠퍼스는 한동대에 들어올 만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는 예비 학교 같은 곳이다. 최 총장은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해외 캠퍼스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한글, 영어, 컴퓨터 교육을 한 뒤 한동대에 2학년으로 편입할 길을 열어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과 대학 간 경계도 허문다. 포항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재 교류를 활발하게 할 방침이다. 최 총장은 “기업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교수와 학생을 팀으로 보낼 수 있고 기업의 인재를 한동대 겸임교수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과의 협력을 위해 올해 울릉도에 미니 캠퍼스를 세운다. 2025학년도부터는 신입생도 뽑는다. 울릉도를 대학 교육까지 가능한 곳으로 만들어 자급할 수 있는 섬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다. 최 총장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칠 때마다 육지로 나오는 학생이 늘어난 탓에 울릉도의 고등학교 졸업생은 10여 명에 불과하다”며 “울릉도에 캠퍼스를 조성해 학생들이 남아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과 간 벽 허물기도 속도를 낸다. 1995년 설립된 한동대는 이듬해부터 무전공 입학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학년에 전공과 상관없이 입학한 뒤 2학년부터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여기에 반드시 두 개 이상의 복수전공을 하도록 해 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로 키우고 있다. 2016년부터는 학교에 없는 전공도 학생이 만들 수 있는 ‘학생 설계 전공’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원 칼리지’라는 학부 대학을 세웠다. 모든 학부 간 장벽을 허물고 단일 학부 대학으로 운영한다. 최 총장은 “학생은 원하는 전공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고 교수는 두 개 이상의 전공 분야에 소속되도록 할 것”이라며 “교수 역시 변화하는 요구에 맞는 전공으로 계속 변신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동대는 지난해 글로컬 대학 선정에 탈락했지만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최 총장은 “글로컬 대학에 지원하면서 계획한 혁신은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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